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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부산
2026
더 컬럼스 갤러리는 아트부산 2026에서 이현정, 노기쁨, 정종미, 김종학, 김강용, 차원희, 쇼루크 라엠 일곱 작가를 소개합니다. 회화, 한지, 혼합 매체를 아우르는 이들의 작업은 오늘날 한국 및 국제 현대미술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목소리들입니다.
이현정은 직접 만든 한지를 기억이 켜켜이 쌓인 물질적 팔랭프세스트로 삼아, 이미지만큼이나 표면 자체에 기억을 새깁니다. <Silence>에서 나란히 이어지는 굴곡진 선들은 조수의 숨결처럼 화면을 가로지르며 팽창하고 수축합니다. 선과 선 사이의 여백은 공허가 아니라 하나의 현존입니다. 도가 사상에서 간격은 가시적인 것들 사이의 연결을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작가가 말하듯, 아무것도 없는 배경 속에서 무언가가 일어납니다. 자신의 몸의 리듬에 따라 그어진 선들은 그리스인들이 아이온(aion)이라 불렀던 시간, 즉 선형적이지도 유한하지도 않은, 끝없이 순환하는 시간을 불러옵니다.
노기쁨은 조각가로서 익힌 무게와 부피에 대한 감각을 회화 안으로 가져옵니다. 그녀의 작업은 사물에 붙여진 이름과 기능을 하나씩 벗겨내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그 이름들을 지웠을 때 무엇이 남는가, 그저 바라보는 행위만으로 어떤 형태가 떠오르는가를 묻습니다. <23-painting-32>에서 익숙한 그릇과 둥근 덩어리들은 밝은 아이보리 화면 위를 떠다니며, 그 경계는 그림자와 숨결 속으로 녹아듭니다. 형태는 풀리고 경계는 합쳐지며, 마침내 언어 이전의 무언가, 처음으로 마주하는 세계가 출현합니다.
40여 년에 걸쳐 정종미는 한국 회화의 재료적 전통을 복원하고 확장하는 작업에 매진해 왔습니다. <어부사시사>는 조선시대 시인 윤선도의 시에서 제목을 가져온 작품으로, 속세를 떠나 자연의 아름다움 속에 자족하는 삶을 노래한 그 시를, 동등하게 전통적인 방법으로 구현합니다. 모시, 천연 안료, 염료, 그리고 정종미 자신이 부활시킨 콩댐 기법이 그것입니다. 빛나는 수평 줄기들은 물과 하늘, 풍경과 그리움을 동시에 환기하며, 깊은 학문적 탐구와 순수한 감각이 하나로 만나는 작품입니다.
'꽃의 화가'로 알려진 김종학은 설악산의 관찰자가 아닌 그 내부의 거주자로서 수십 년을 보내며, 산의 계절적 리듬을 내면화하여 마침내 자연과 작가가 분리될 수 없는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의 화면에서 거리와 원근은 하나의 평면으로 압축됩니다. 가까운 것과 먼 것, 전경과 배경이 원근법 없이 공존하며, 모든 요소가 화가와 같은 친밀한 거리에서 마주합니다. 그 결과는 묘사가 아닌 체화이며, 내면으로 깊이 새겨진 자연이 생생하고 거침없이 화면 위로 쏟아져 나온 것입니다.
50여 년에 걸쳐 김강용은 가장 완고한 재료들, 모래와 접착제, 그리고 그림자로 자신만의 독보적인 회화 세계를 구축해 왔습니다. 캔버스 표면에 균일하게 바른 고운 모래는 벽돌의 실제 질감을 만들어내고, 깊이와 부피의 착시는 빛과 그림자의 절제된 유희만으로 실현됩니다. 벽돌 벽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 시각에 관한 철학적 질문입니다. 관람자는 평면에서 소환된 질량과 구조, 무게를 지각합니다. <Reality + Image 2026>은 뉴욕의 다채로운 벽돌 건물들에서 영감을 받아 단색조 회색에서 선명한 다색으로 진화한, 그의 가장 광대하고 색채로운 작업입니다.
차원희는 조각을 통해 체득한 재료와 무게, 저항에 대한 신체적 감각을 캔버스로 가져옵니다. 최근 몇 년간 그녀의 작업은 관찰된 자연에서 형태 너머의 무언가, 어떤 개념적 틀로도 담을 수 없는 무한하고 이름 없는 에너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목탄과 파스텔, 오일을 겹겹이 쌓아 완성한 <Summer 2024>는 그 긴박감으로 박동합니다. 거친 제스처와 포화된 색채는 보이지 않는 진실을 향해 나아가며, 시작도 끝도 알 수 없는 덩굴손처럼 이 작업은 부드러우면서도 파괴적이고, 그녀가 말하는 질긴 생명력을 품고 있습니다.
쇼루크 라엠은 일상의 사물들을 수집하고 재구성하여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로 정교하게 장식하는 작업을 통해 욕망과 기억, 대중문화의 경제학을 탐구합니다. 모터오일 캔, 세제 상자, 향수병, 빈티지 장난감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손을 거친 오브제들은 광고 이미지가 일상의 환상을 어떻게 형성해 왔는지를 되묻는 반짝이는 기념비가 됩니다. 파리의 패션 하우스에서 익힌 색채 감각과 스와로브스키와의 오랜 협업을 바탕으로, 라엠은 소비문화의 표면을 찬양과 비판 사이 어딘가에서 빛나게 만듭니다.
